책임과 원망: 자유로운 삶은 어디에서 시작되는가


삶은 늘 우리의 뜻대로만 흘러가지 않는다. 예상하지 못한 일이 생기기도 하고, 노력한 만큼 결과가 따라오지 않을 때도 있다. 그럴 때 우리는 두 가지 마음을 만나게 된다. 하나는 자신의 삶을 다시 돌아보게 만드는 책임이고, 다른 하나는 누군가를 탓하게 만드는 원망이다. 둘은 같은 상황에서 시작되지만 삶에 남기는 감정의 결은 전혀 다르다.

책임(責任)은 자신에게 일어난 일을 온전히 떠안으라는 의미가 아니다. 오히려 지금의 상황 속에서 내가 할 수 있는 부분을 찾아보려는 태도에 가깝다. 반면 원망(怨望)은 문제의 원인을 계속해서 바깥에서 찾게 만드는 마음이다. 책임이 삶을 움직이게 하는 힘이라면, 원망은 삶을 한 자리에 머물게 만드는 감정일 수 있다.

철학적으로 책임은 자유와 연결된다. 실존주의 철학자들은 인간이 선택할 수 있는 존재이기에 책임도 함께 가진다고 보았다. 책임은 무거운 짐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사실은 자신의 삶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는 가능성의 다른 이름이기도 하다. 반면 원망은 선택의 힘을 외부에 넘겨주는 상태에 가깝다. 누군가를 계속 탓하게 되면 삶을 바꿀 수 있는 힘 또한 함께 멀어지기 쉽다.

우리는 살아가며 크고 작은 실수를 경험한다. 관계에서 상처를 주기도 하고, 잘못된 선택을 하기도 하며, 기대했던 결과를 얻지 못하기도 한다. 책임은 그런 순간에 자신을 돌아보게 만든다. 물론 모든 일이 자신의 잘못이라는 뜻은 아니다. 다만 지금의 상황 속에서 무엇을 배울 수 있는지, 앞으로 무엇을 선택할 수 있는지를 생각하게 만든다. 그래서 책임은 자신을 괴롭히는 자책과는 다르다.

반대로 원망은 마음을 과거에 머물게 한다. 왜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 누가 잘못했는지에만 시선이 머물면 현재를 살아갈 힘이 줄어들기 쉽다. 원망은 순간적으로 위안을 줄 수 있지만, 오래 머물수록 마음을 무겁게 만든다. 행복은 모든 문제를 해결한 뒤에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 현재를 살아갈 힘을 회복할 때 조금씩 가까워지기도 한다.

말의 의미 안에도 이러한 흐름은 담겨 있다. 책임(責任)의 책(責)은 맡겨진 것을 다하는 의미를 담고 있으며, 임(任)은 짐을 맡는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을 받아들이는 태도가 그 안에 담겨 있다. 반면 원망(怨望)의 원(怨)은 마음속에 맺힌 감정을 의미하고, 망(望)은 멀리 바라본다는 뜻을 가진다. 결국 원망은 해결보다 감정에 오래 머무는 상태를 보여 주는 말이기도 하다.

우리가 경계해야 할 것은 실수 자체가 아니다. 오히려 실수로부터 아무것도 배우지 못하는 상태일 수 있다. 책임은 완벽함을 요구하지 않는다. 부족함을 인정하면서도 다시 살아가게 만드는 힘에 가깝다. 삶은 언제나 예측할 수 없는 일들로 가득하지만, 그 안에서 어떤 태도를 선택할지는 여전히 우리에게 남아 있다.

행복한 사람들이라고 특별히 더 운이 좋은 사람들이 아니다. 오히려 자신이 바꿀 수 없는 것과 바꿀 수 있는 것을 구분할 줄 아는 사람들일 것이다. 바꿀 수 없는 것에는 너무 오래 머물지 않고, 바꿀 수 있는 것에 마음을 기울인다. 책임은 그런 태도를 가능하게 한다.

행복의 자기암시 역시 책임과 닮아 있다. "나는 내 삶을 조금씩 더 좋은 방향으로 이끌 수 있다", "나는 오늘 내가 할 수 있는 선택에 집중한다"는 생각은 마음을 안정된 방향으로 이끈다. 이러한 자기암시는 자신을 몰아붙이는 선언이 아니라 삶의 가능성을 신뢰하는 태도에서 나온다.

삶은 언제나 완벽할 수 없다. 그러나 우리는 매 순간 어떤 마음으로 살아갈지는 선택할 수 있다. 책임은 우리를 조금 더 자유롭게 만들고, 원망은 우리를 과거에 붙잡아 두기도 한다. 어쩌면 행복은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삶을 다시 움직이게 하는 작은 책임을 기꺼이 받아들이는 데서 시작되는지도 모른다. © 꾸에 일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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