겸손 vs 자신감: 나를 낮추는 지혜와 나를 믿는 용기
성공의 사다리를 오르는 이들에게 겸손과 자신감은 양손에 든 두 개의 균형추와 같다. 흔히 겸손(謙遜)을 자신감의 결여로, 자신감(自信感)을 오만함으로 오해하지만, 이 둘의 개념은 대립하는 개념이 아니라 상호 보완적이다. 겸손은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고 타인에게 배울 준비가 되어 있는 '열린 마음'이며, 자신감은 자신의 역량과 가능성을 신뢰하며 실행에 옮기는 '확신에 찬 의지'다. 자신감 없는 겸손은 비굴함으로 흐르기 쉽고, 겸손 없는 자신감은 독선으로 치닫기 마련이다. 위대한 성취는 나를 낮추어 세상을 수용하는 겸손과 나를 세워 세상을 변화시키는 자신감이 결합할 때 완성된다.
철학적 관점에서 겸손은 소크라테스의 '무지의 지(知)'와 궤를 같이한다. 자신이 아무것도 모른다는 사실을 인지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지혜의 시작이듯, 겸손은 끊임없는 성장을 가능케 하는 지적 성실함의 표현이다. 자신감은 니체가 주창한 '위버멘쉬(Übermensch)'의 자기 긍정과 맞닿아 있다. 기존의 가치에 매몰되지 않고 스스로 자신의 가치를 창조하며 삶을 긍정하는 힘이 바로 자신감의 본질이다. 겸손이 나를 비워내는 '객관화'의 과정이라면, 자신감은 나를 채워가는 '주관화'의 발현이다. 철학자는 자신을 낮춤으로써 진리를 발견하고, 자신을 믿음으로써 그 진리를 세상에 선포한다.
비즈니스 현장에서 겸손은 리더십의 품격을 결정하고, 자신감은 실행의 속도를 결정한다. 세일즈맨이 고객 앞에서 겸손하면 신뢰를 얻고 제안하는 솔루션에 자신감이 없으면 계약을 놓친다. 유능한 리더는 성과를 자신의 공으로 돌리지 않는 겸손함을 보이면서도 위기 상황에서는 조직을 이끄는 단호한 자신감을 드러낸다. 짐 콜린스가 말한 '단계 5의 리더'는 바로 이러한 극단적인 겸손과 의지적 자신감을 동시에 갖춘 인물들이다. 그들은 자신을 낮추어 조직의 역량을 결집하고, 자신을 믿어 미래의 불확실성을 돌파한다.
언어의 본질을 살펴보면 겸손(謙遜)의 겸(謙)은 '말(言)을 아끼고 겸허하게 한다'는 뜻이며, 손(遜)은 '뒤로 물러나 양보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는 타인과의 관계에서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관계 지향적 미덕이다. 자신감(自信感)은 '스스로를 믿는 느낌'이다. 남의 시선이나 평가에 기대는 것이 아니라, 내면의 역량에 뿌리를 두는 자기 중심적 확신이다. 흥미로운 점은 진정한 겸손은 단단한 자신감에서 나온다는 사실이다. 내면이 결핍된 사람은 자신을 과시하려 애쓰지만,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 있는 사람은 굳이 자신을 증명하려 들지 않기에 오히려 겸손할 수 있다.
많은 이들이 성공한 뒤에 겸손을 잃거나, 시작하기도 전에 자신감을 잃어 좌초한다. 겸손은 우리를 더 높은 곳으로 이끌어줄 스승을 만나게 하고, 자신감은 그 높은 곳에서 떨어지지 않게 지탱해 주는 근력이 된다. 성공으로 가는 여정에서 우리는 수시로 이 두 상태를 오가야 한다. 새로운 지식을 습득할 때는 한없이 겸손해야 하며, 그 지식을 현장에 적용할 때는 누구보다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
인생은 겸손하게 듣고 자신감 있게 말하는 과정의 반복이다. 겸손은 나의 그릇을 넓히고 자신감은 그 그릇을 성취로 채운다. 자신이 지금 정체되어 있다면 타인의 목소리를 듣는 겸손함이 부족한 것은 아닌지, 혹은 결정적인 순간에 발을 내딛는 자신감이 결여된 것은 아닌지 돌아보아야 한다. 나를 낮추는 지혜와 나를 믿는 용기가 내 안에서 조화를 이룰 때, 나의 성공은 일시적인 운을 넘어 내 인생의 흐름으로 자리 잡게 될 것이다. © 꾸에 일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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